(개략적인 글이므로 부족한 내용과 오류가 있다. 참고용으로 쓰고 자세한 내용은 직접 더 찾아볼 것을 권한다.)
동아리에서 정기적으로 관측회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원들이 관측회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그리고 아마추어 천문 관측의 방대한 세계를 두고 동아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관측은 일부 분야에 한정되어 온 것 또한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를 어여삐 여겨 천체 관측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문서로 남기고자 하니 이후에 열심히 활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무엇을 볼 것인가? 우리가 볼 수 있는 대상은 무엇이 있는가?
다들 우리가 별을 본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어떤 별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그 감상, 필요한 장비, 난이도는 매우 다르다. 또한 별이 아닌 다른 하늘의 현상 또한 아마추어 관측자에게 좋은 볼거리가 된다. 우선 관측 방법을 기준으로 나누겠다.
- 그저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기 :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돗자리나 의자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만 있으면 된다. 구름이 없고 공기가 맑으며 어두운 곳에서는 맨눈으로도 수천 개의 별들을 볼 수 있다. 쏟아질 듯한 별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멋진 경험이지만, 우리는 단순히 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천문 동아리의 아마추어 관측자이므로 더 많은 것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성도* 를 펼치고 밤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의 모양을 눈으로 명확히 그려 보자. 북극성을 찾아 보고,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별자리가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 확인하자. 은하수가 뻗어 있는 모양과 그 디테일에 주목하고,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별 또한 주변시* 를 써서 천천히, 침착하게 볼 수 있도록 연습해 본다. 몇몇 성운과 성단, 은하는 맨눈으로도 희미하게 볼 수 있다. 성도를 통해 미리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 근처의 별자리를 길잡이로 하여 찾아 보자. 그냥 별과는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에 주목한다.
- 쌍안경으로 보기 : 맨 눈으로 밤하늘을 보았다면 쌍안경을 써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달의 크레이터를 본다던지, 행성의 모양을 본다던지, 별자리를 이루는 별 하나하나를 찾는다던지, 근처 별자리를 기준으로 성운과 성단 그리고 은하를 찾아보자. 쌍안경으로 볼 때는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쌍안경으로 보는 시야는 망원경의 파인더* 로 보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연습해서 망원경으로 대상을 찾는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쌍안경은 7x50 과 같은 표기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앞의 숫자는 배율이며 뒤의 숫자는 대물렌즈의 직경이다. 쌍안경을 고를 때는 배율에 지나치게 신경써서는 안 된다. 8배 정도의 배율이 적당하며, 12배를 넘는 배율은 제대로 쓰기 힘들다. 고배율에서는 시야가 좁아지며 손의 미세한 떨림조차 아주 크게 확대되어서 관측을 방해한다. 또한 상이 어두워지게 된다. 12배를 넘는 쌍안경들은 삼각대 위에 올려져 있으며 거대한 렌즈를 탑재한 고가의 물건이라야 의미가 있다. 학생 수준에서는 8배율의 50mm 직경 렌즈를 쓴 쌍안경이 적당할 것이다. 참고로, 겉에서 보았을 때 붉은 코팅 색이 보이는 것은 천체 관측에 그리 적당하지는 않다.
- 망원경으로 찾아 보기 : 망원경의 거대한 거울은 별들의 내는 희미한 빛을 눈으로 모아주며, 아주 작은 대상을 크게 확대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크게 확대되어 보이는 만큼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시야는 상당히 좁다. 따라서 옆에 달린 작은 파인더 사용해 먼저 찾고자 하는 대상을 정중앙에 맞춘 뒤, 망원경을 써서 관측한다. 맨눈으로도 밝게 보이는 대상이 아닌 경우 망원경으로 찾는 작업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연습해야 한다. 망원경으로는 별, 달, 성단과 성운, 은하를 비롯한 아주 작거나 아주 어둡고 희미한 대상을 볼 수 있다. 망원경의 종류와 작동 방식으로는 글이 몇 편이 더 나와도 부족하므로 이 정도로 간략하게 소개한다.
다음으로는 대상의 종류를 기준으로 그 특징과 관측 방법에 대해 소개하겠다.
- 별(항성) : 망원경으로 별을 처음 본 사람들은 적잖이 실망하게 될 것이다. SF 영화나 과학책에 나오는 것처럼 타오르는 별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별은 정말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망원경으로는 아무리 확대를 해도 빛나는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별조차 그 크기를 확인하려면 2.5미터 크기의 망원경이 필요하다) 망원경으로 흐릿한 성운이나 성단, 은하를 찾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별을 정확히 찾고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많이 연습해 두자. 몇몇 별은 아주 가까이 붙은 이중성* 이라서 눈으로는 하나로 보이지만 망원경으로는 여럿으로 보이는데, 이들을 찾는 것 또한 좋다.
- 행성 : 수금지화목토천해 그리고 왜소행성 134340 명왕성(몇 년 전부터 행성이 아니게 되었다)이 있다. 지구는 우리 발밑에 있으므로 관측회에서는 주로 다른 행성을 보는데 관심을 쏟는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은 맨눈으로도 밝게 보이니 찾기 쉽다. 여기서도 망원경을 들여다 보고 실망하면 안 된다. 책이나 TV에서 보던 행성은 허블 망원경이나 탐사선이 가서 찍은 것이고 허블 망원경은 쏘아올리는 데만 47억 달러가 들어갔다. 우리의 저렴이 망원경으로 본 행성은 쌀알만하게 보인다. 그래도 날씨가 좋은 날, 차분하게 관측하고 있으면 행성에 따라 다음 특징을 볼 수 있다. 이것을 보는 것을 목표로 하자.
수성. 볼 만한게 없다. 사실 태양 옆에 있어서 보기도 힘들다.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태양빛에 눈을 태우지 않도록 조심하자. (다음에 얘기하겠지만 망원경으로 태양을 가리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제발 하지 말자.)
금성. 짙은 구름으로 덮여 있다. 그리고 수성과 금성은 내행성이라 달처럼 모양이 변한다. 금성의 모양과 밝고 어두운 곳과 테두리를 관측해 보자. 줄무늬를 볼 수 있을까?
화성. 붉다. 계절에 따라 북극과 남극에 극관이라는 하얀 드라이아이스 빙하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표면에 어두운 줄무늬를 갖고 있다. 모래폭풍이 불면 이런 줄무늬가 보이지 않고 뿌옇게만 보이는 날 또한 있다.
목성. 베이지색과 붉은 색의 줄무늬 형태이다. 대적반이라는 붉은 점으로 보이는 폭풍은 240년 전에 발견되었으며 지금도 볼 수 있다. 지구가 두 개는 들어갈 크기라고 한다. 와! 대적반은 목성의 자전에 따라 같이 움직이므로, 목성 뒤편에 있을 때는 안 보일 수 있다. 목성의 자전 속도는 빠르니 몇 시간 뒤에 보일 수 있으니 확인해 보자. 목성에는 고리가 있으나 지구에서는 볼 수 없다.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 이오라는 이름의 4대 위성은 갈릴레오가 3cm짜리 망원경으로 찾은 것이니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의 위치는 계속 변하니 확인해 보자. 이들 위성이 목성 앞을 지나면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아마 우리 장비로는 못 볼 것이다.
토성. 우리가 가장 많이 보게 될 베이지색의 아름다운 행성으로, 두꺼운 고리를 지니고 있다. 작은 암석과 얼음 부스러기로 이루어진 고리는 가운데에 틈이 있는데 이를 카시니 간극 이라고 부른다. (발견한 사람이 카시니 이며 간극은 틈Gap 이라는 뜻이다). 엔케 간극이라는 틈도 있는데 이는 우리의 장비로 볼 수가 없고, 카시니 간극은 대기가 안정된 날에 인내심을 가지고 보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틈이라기보다는 고리 테두리가 살짝 떨어져 나간 것처럼 보였다. 고리는 크기에 비해 1km 정도로 엄청나게 얇은 두께를 지니고 있기에, 지구에서 정확히 토성 고리의 측면이 보이는 시기가 되면 고리를 관측할 수 없게 된다. 토성의 공전 주기가 약 28년이라 그런 일은 14년마다 일어난다. 이 때 입학하는 신입생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2022년 정도에는 고리를 자세히 보기 힘들어지고, 2024년이 되면 고리를 볼 수 없을 것이다. 2011년이었던가, 고등학생 때 옥상에서 천문 동아리 망원경으로 토성을 봤을때 고리가 잘 안 보였던 것 같기도 싶다.
천왕성. 민트민트 하다. 6등급보다 밝아서 맨눈으로도 이론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표면이 밋밋하고 망원경으로도 별이 아니라 살짝 크기가 있는 점으로 보인다.
해왕성. 새파랗다. 역시 살짝 크기가 있는 점이다.
명왕성. 보일까? 14등급 정도의 밝기로 이론상으로 12인치 망원경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봤다는 목격담을 찾기 힘들다. 광공해를 감안하면 14인치 이상 망원경으로 그 위치를 정확히 알고 주변의 수많은 항성 가운데 구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천문인마을에선 12인치 돕소니언 망원경을 쓸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론 빌릴 길이 없다. 성공하면 보고 바람.
- 은하수 : 우리가 보는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안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원형의 숲이 있고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숲 안에서는 숲의 전체 모습을 볼 수가 없고, 주변에 나무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숲의 정중앙이 아니라 살짝 구석에 살고 있다면, 숲의 바깥 부분보다 중심 부분에서 나무가 훨씬 많이 보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은하는 원반 모양이고 태양계는 은하의 살짝 구석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은하의 원반을 따라, 특히 은하의 중심 부분에서 훨씬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그 수많은 별들이 모여서 은하수를 이루는 것이다. 은하의 중심은 궁수자리 부분으로 가장 밝고 부풀어 있으며 복잡한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여름에 잘 보인다. 은하의 중심 반대쪽 또한 어둡지만 하늘을 한 바퀴 빙 두르고 있는데 이는 겨울에 잘 보인다. 은하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구름과 비슷하게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관측하다 보면 구름보다는 어두우며 내부에 밝고 어두운 복잡한 무늬를 가지고 있고, 밤하늘을 띠처럼 두르고 있는 은하수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엄청 어두운 관측지에서는 이 은하의 중심부가 지상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보인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하고 몽골, 호주, 칠레 등으로 여행을 갈 일이 있다면 확인해 볼 만 하다.
- 은하 : 우리 은하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은하들이다. 모두의 개념이 모여 있다는 유명한 M31 안드로메다 은하나 M33 삼각형자리 은하 같은 경우는 맨눈으로 볼 수 있다.(M이라는 것은 몇몇 은하나 성운, 성단에 붙은 번호 같은 것이다. M1부터 M110까지 있으며 추후에 다룰 것이다.) M31은 웬만한 관측지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고 M33은 정말 어두운 관측지에 가야 보인다. 맨눈으로 본 은하는 뿌연 덩어리로 보이고, 은하의 별이나 나선팔이 보일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대신 망원경으로 보면 대략적인 모양과 중심의 밝은 핵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은하 사진은 허블로 찍은 것이고 47억달러 짜리 물건이다. 별보기 고수들은 오랜 시간 은하를 관측하며 그 모양을 스케치로 남기는데 나선팔의 모양까지 그려내는 것으로 보아 우리도 인내심을 가지고 관측하면 불가능은 아닐지도 모른다.
- 성단 : 별이 많이 모여있는 것이다. 크게 구상성단과 산개성단으로 나뉜다. 구상성단은 그 이름처럼 (구상은 구급상자가 아니라 동그랗게 생겼다는 뜻이다) 동그랗게 오래된 별들이 뭉쳐 있으며 산개성단은 주로 젊은 별들이 흩어져 있다. 별을 모르는 사람도 금방 찾을 수 있는 겨울철의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산개성단에 속하고, 맨눈으로 페르세우스자리 알파별에서 찾을 수 있는 페르세우스자리 알파 성단은 구상성단에 속한다. 두 성단의 특징과 차이는 글로 쓰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며 훨씬 대단한 글들이 많이 투고되어 있으므로 검색해 보자. 역시 성단 또한 맨눈으로는 흐릿한 덩어리로 보이는데, 대구경 망원경으로 무수히 빛나는 별들의 무리를 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나중에 천문대에 가거나 대구경 망원경을 가지고 나온 분의 장비를 빌려 써볼 일이 생기거든 은하 대신에 구상성단을 보여달라고 해야 한다.
- 성운 : 성단이 별들의 모임이라면 성운은 가스의 덩어리이다. 우주에서 가스가 모이는 곳에서는 새로운 별들이 태어나고 있으므로 성운에 따라서 그 안의 젊고 밝은 별들을 찾을 수 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에서는 강렬한 푸른 가스의 빛을 볼 수 있으며 M42 오리온 대성운에서는 붉고 아름다운 가스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성운은 그 색을 보기에는 너무 어두워서 사진으로 본 색보다는 흑백에 가깝게 보일 가능성이 크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을 떠올린다면 밝은 곳에서는 망막의 원뿔 세포, 어두운 곳에서는 막대 세포가 기능한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막대 세포는 색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어두운 대상은 흑백으로 보인다. 밤에 집에서 불을 끄면 사방이 흑백으로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성운은 카메라로 오랜 시간 노출해 찍으면 그 화려한 색을 얻을 수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배경이 되는 밤하늘이나 다른 평범한 별들과는 달리 성운을 구성하고 있는 가스는 그 종류에 따라 특별한 파장의 빛을 낸다. 따라서 그 파장의 빛만을 통과시키는 필터를 망원경이나 카메라에 끼워서 성운을 보다 돋보이게 관측할 수 있다. H-alpha, H-beta, OIII, SII, Ca-K, UHC 등의 성운을 위한 필터가 있다.
보충. 은하, 성운, 성단은 그 수와 종류가 방대하고 제각기 특색이 있기 때문에 다 보려고 노력해도 다 볼 수가 없다. 이들 대상을 망원경으로 찾는 일에 익숙해지면 대부분의 관측을 이들을 보는데 할애할 것이다. Messier 목록, NGC 목록, IC 목록, 허셜 목록 등의 다양한 번호가 붙은 목록들이 있다. Messier 목록이 가장 찾기 쉽고 유명하지만 NGC 목록에도 좋은 대상들이 많다. 물론 두 목록에 다 해당되는 대상도 있다. 평소에 조금씩 찾아보다가 관측회가 있을 때 계절과 시각, 그리고 장비 수준에 맞춰 보고 싶었던 대상의 리스트를 정하도록 하자.
- 달 : 달은 천체 관측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을 보는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달에는 이름이 붙어있는 지형이 대략 2만 개였던가, 아무튼 아주 많기 때문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달을 보면 끝이 없다.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며 크레이터와 바다 등의 지형을 확인하자. 오히려 보름달일 때보다 반달일 때 달의 지형이 더 잘 보인다. 빛이 비스듬히 비춰질 때 달 지형의 높고 낮음을 그림자로 확인하기 쉽기 때문이다. 달을 보면 튀어나온 지형과 움푹 패인 지형이 헷갈리기 쉬운데 빛의 방향에 따라 어디가 어둡고 어디가 밝은지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 스케치를 하는 것도 좋은 활동이다. 달은 충분히 밝아서 암적응을 하지 않고 보므로 스케치를 하기에도 쉽고, 크레이터의 복잡미묘한 구조와 사방으로 퍼진 방사선(radiation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크레이터를 중심으로 방사형 으로 흰색 선이 퍼져나가 있다)을 얼마나 충실히 보았는지 점검할 수도 있다. 대구경 망원경으로 달을 보기에는 오히려 너무 밝아서 방해가 될 수 있는데 이때는 문 필터라는 빛을 일부만 투과시키는 필터를 달아서 관측할 수 있다.
- 태양 : 천문 동아리인데 낮에 태양을 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태양도 아무튼 별이 아닌가?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디테일을 볼 수 있는 우리의 유일한 별이다. 적절한 장비가 갖춰지면 태양에서 홍염과 흑점을 볼 수 있으며 천문대의 비싼 장비를 쓰면 백반이니 그래뉼이니 하는 표면의 복잡한 구조까지 볼 수 있다. 태양 관측은 크게 둘로 이루어지는데 흰 종이를 깔고 태양의 상을 종이에 투영시키는 방법과 망원경에 특수한 필터를 끼고 직접 보는 방법이 있다. 절대 맨눈으로 태양을 오래 보지 말고, 망원경으로는 엄두도 내지 말라. 어렸을 때 돋보기로 종이나 개미를 태우던 것처럼 눈을 태우게 될 것이다. 보는 사람이 없어도 망원경은 태양 쪽에 두어서는 안 된다. 우연히 태양이 망원경 앞을 지나면, 거대한 거울이나 렌즈를 통해 모인 엄청난 빛 에너지가 망원경을 태우거나 렌즈를 깨트릴 수 있다. 필드에서 관측을 하다가 장비를 철수하지 않고 자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망원경을 만진 사람은 망원경을 북쪽이나 서쪽, 땅을 향해 놓도록 하자. 아침에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망원경을 향하지 않도록. 태양의 상을 투영해서 보는 방법은 여럿이서 같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필터를 끼고 관측하는 것은 필터의 종류에 따라 둘로 나눌 수 있다. 태양의 빛을 전체적으로 흡수하는 필터와 H-alpha 라는 태양에 풍부한 수소 가스가 내는 빛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필터. 전자는 겉으로 보기에 은박지나 과자 봉투처럼 생긴 필름을 쓴다. 태양을 관측할 때 조심할 점은 태양 관측 용으로 판매되는 필터만 쓰도록 한다. 진짜 과자 봉지나 사진 필름, 사인펜으로 칠한 필름을 쓰는 것은 태양의 자외선과 적외선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또한, 태양 필터를 쓸 때는 망원경의 대물 렌즈 부분(앞부분)에 끼우는 필터를 써야 한다. 눈 앞에 작게 끼우는 필터는 강한 열을 못 이기고 갈라질 경우 위험하다. 또한 성운용으로 쓰는 H-alpha 필터만을 써서도 절대 안 된다(맨눈으로 봐도 될 정도로 빛을 줄여주는 필터를 앞에 설치한 뒤에 써야 한다). 아무튼 일반 태양 필터는 가격이 저렴해서 시도해 보기 좋지만, 종이에 투영시킬 때와 같이 태양의 흑점밖에 볼 수가 없다. 흑점은 태양 표면에 있는 작은 점으로 표면 온도가 주변보다 낮기 때문에 검게 보인다. 그렇지만 태양 표면의 자기 활동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흑점이 크고 많을 때는 오히려 태양 활동이 활발한 시기이다. 태양은 11년 주기로 활동이 활발한 시기와 적은 시기(극대기/극소기)를 거치는데 현재는 이상할 정도로 태양 활동이 적기 때문에 흑점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흑점의 크기, 종류, 위치, 수를 관찰하고 기록하면 된다. H-alpha 필터를 끼우고 보면 시뻘겋게 보이는데 태양 테두리의 홍염과 플레어를 볼 수 있다. 태양 대기에 있는 수소 가스가 내는 빛만을 선택적으로 보기에 가능한 것이다. 태양 필터도 얼마나 좁은 파장 대역만큼을 투과시키는지에 따라 그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수십만원 짜리 필터는 홍염과 플레어만을 보여주지만, 수백 수천만원에 달하는 에탈론 필터 라고 하는 필터(물리학과에서 배우는 파브리-페로 필터인데, 각도/온도/압력을 직접 조절해서 아주 좁은 대역의 빛만을 분리해내는 간섭계이다.)를 사용해서 고배율 관측을 하면, 태양 표면의 그래뉼과 백반이라는 작고 복잡한 구조를 볼 수 있다.
- 인공위성 : 이젠 천체가 아닌 것까지 본다고 뭐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밀히 말해 천문 관측은 아니지만 우리의 장비로 가능한 일이고, 무엇보다 재밌기 때문에 시도할 가치가 있다. 해 진 직후나 해 뜨기 직전에 천천히 움직이며 깜빡이지 않는 하얀 빛나는 점을 보았다면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크다. 인공위성 중에서도 ISS(국제 우주 정거장)은 엄청 크기 때문에 잘 하면 지상에서 사진을 찍어서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다. 허블 망원경 또한 크기가 크다. 이리듐 통신 위성은 반짝이는 안테나를 가지고 있는데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그 빛나는 안테나가 반사하는 빛이 지상을 비춘다. 정확한 위치에서 볼 경우 하늘에서 순간적으로 -8등급까지 강렬하게 몇 초간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이제는 빛나지 않는 신형 위성으로 교체되고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들 인공위성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시간과 위치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이들 위성을 달이나 태양을 배경으로 지나는 실루엣을 찍을 수도 있는데 이들 물체는 밝기 때문에 셔터 스피드를 짧게 해서 찍을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닌다. 다시 말하지만 적절한 필터 없이 사진을 찍으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라. 카메라의 셔터를 녹이거나 뷰파인더로 보는 눈을 태우기에 충분하다. 아무튼 이들 위성이 달이나 태양을 지나는 일은 꽤 드물기 때문에 미리 시각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아예 머리 위를 지나는 인공위성을 전문으로 포착하기도 한다. 궤도가 공개되지 않은 정찰위성이나 X-37B 같은 비밀에 싸인 군사위성을 볼 수도 있다. 호기심이 생긴다면 관련 사이트를 찾는 것을 추천.
- 오로라 : 당연히 한국에서는 안 보인다. 태양에서 오는 전기를 띈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의해 극지방으로 향하면서 대기와 반응해 빛을 내는 것이 오로라이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볼 수 있는데 남극에 갈 사람은 없을 테고, 주로 캐나다나 아이슬란드에서 보지만 아이슬란드는 흐린 날이 대부분이므로 캐나다를 추천한다. 정 선배님께서 가능하면 오로라는 연인끼리 보러 가야 한다고 하셨다. 그만큼 황홀한 광경임이 틀림없다. 사진으로 찍으면 여러 색이 나오는데 눈으로 보면 녹색이 주로 보인다고 한다. 사람 시각이 녹색에 예민해서 그렇다. 얼어죽기 싫으면 대비를 철저히 하고 다른 사람 말을 잘 듣자.
- 일식과 월식 및 기타 식 : 일식과 월식은 익히 들어서 알 것이다.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을 보려면 외국에 가야 하고... 2021년 남미인가 할 테고, 2024년 미국. 2035년에는 북한에서 볼 수 있고 고성에서도 살짝 보인다. 남한 개기일식은 2095년이니 어떻게든 외국에 가서 보던가 통일을 기대하도록 하자. 2017년 미국에서 있던 개기일식은 동아리의 몇몇 이들이 가서 봤으니 소감을 물어보자. 개기일식을 보지 못한 종인 내가 감히 묘사할 것이 아니다. 월식은 일식보다 자주 볼 수 있다. 달이 조금씩 먹히다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달이 붉게 빛나는데, 없던 빛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지구 대기를 통과한 빛이 달을 희미하게 붉게 비추는 것이다. 평소에는 달이 그보다 훨씬 밝기에 보이지 않다가 달이 전부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 어두워져셔야 비로소 보인다. 이외에 수성과 금성은 내행성이므로 태양을 가끔 가리는 현상이 있다. 금성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들어가는 금성식은 몇 년 전에 있었는데, 다음 금성식은 22세기이므로 단념하자. 수성식이 어제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다. 수성식은 10여 년마다 일어나므로 그때를 기약하자... 물론 고배율의 태양 망원경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았음을 아마 알지 못했을 것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도전해 보도록 하자.
*성도 : 땅에 지도가 있다면 성도는 밤하늘의 별 지도이다. 종이로 된 것과 디지털 성도가 있다.
*파인더 : 망원경의 시야는 매우 좁아서 대상을 한번에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망원경 옆에 달아놓는 시야가 넓은 보조 망원경이다. 파인더로 보아도 맨눈보다 별이 많이 보인다. 파인더로 먼저 대상을 찾고 망원경으로 보자. 파인더와 망원경이 정확히 같은 지점을 향하도록 매 관측 시마다 정렬해야 한다.
*주변시 : 사람 시야의 정중앙은 원뿔 세포가 빼곡히 있어서 선명히 보이지만 원뿔 세포는 아주 어두운 대상을 보는데는 탁월하지 않다. 오히려 막대 세포가 많은 살짝 시야의 옆이 어두운 대상을 잘 볼 수 있다. 어두운 대상을 볼 때는 정확히 보지 말고, 살짝 옆을 본 다음에 곁눈질하듯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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