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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적도좌표계, 적도의, 극축 정렬

이번 글은 천체의 위치를 표현하는 법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둥근 지구 위에서의 위치를 표현하려면 두 개의 요소(경도와 위도)가 필요하듯이 하늘에서 어떤 천체의 방향을 표현하려면 두 개의 요소를 써서 나타내야 한다. 다양한 기준으로 축을 잡을 수 있으므로 지평좌표계, 적도좌표계, 은하좌표계 등으로 천체의 위치를 나타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지평좌표계를 간략히 설명한 뒤 적도좌표계와 적도의의 설명에 중점을 둘 것이다.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을 배운 독자라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배워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배우지 않은 사람 또한 있으니 지평좌표계부터 시작해 보자. 지평좌표계는 마치 커다란 대포를 조준하는 것이나 사람이 똑바로 서서 고개를 들고바라보는 것과 같다. 무슨 의미이냐면, 상하로 움직이는(끄덕끄덕)과 좌우로 회전하는(도리도리) 두 축을 써서 움직인다는것이다. 지평좌표계에서는 지면의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와 거기서 몇 도만큼 위로 들어 보는지, 이 둘만 표현하면 한 위치를 나타낼 수 있다. 바라보고 있는 지면의 방향은 방위각(A) 이라고 부른다. 지면의 북쪽을 0도로 해서, 시계방향으로 커진다. 동쪽은 90도, 남쪽은 180도, 서쪽은 270도가 된다. 지평선에서 위로 꺾는(끄덕끄덕) 각도는 고도(h) 라고 부른다. 지평선에서 0도로 시작하여 고개를 위로 들수록 커지는 방향이다. 머리 꼭대기(천정) 에서는 90도가 된다. 고도 이외에도 천정 거리(z) 로 표현하기도 한다. 천정 거리는 반대로 머리 꼭대기를 0도로 하여 밑으로 내려올수록 커지는 방향이다.

 

지평좌표계는 지면과 내가 서 있는 방향을 바탕으로 표현 하므로 지금 관측자의 입장에서 천체의 위치를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망원경이 놓인 방향과 위로 올린 각도만 재면 되기에 망원경을 맞추기도 쉽다. 지평좌표계의 방위각과 고도를 바탕으로 망원경 방향을 조절하는 마운트를 경위대(Altazimuth mount; Alt-Azi)라 하는데, 수평한 면 위에서 회전하는(도리도리) 것과 위아래로 오르내리는(끄덕끄덕) 것만 구현하면 되므로 그 구조가 간단해진다. 소형 망원경이나 반대로 아주 거대한 천문대의 망원경에 주로 사용된다.

 

그렇지만 지평좌표계에는 큰 단점이 있다. 달과 별이 뜨고 지듯이 하늘의 별 또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천체들은 북극성 쪽(정확히는, 천구의 북극)을 중심으로 회전하므로 머리 꼭대기(천정)을 중심으로 잡은 지평좌표계로는 시간에 따라 천체가 운동하면서 방위각과 고도가 아주 혼란스럽게 동시에 변하게 된다. 점점 흘러가는 별을 경위대의 두 축을 동시에 움직여 따라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리고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므로 관측 시각과 날짜에 따라, 지평좌표계로 표현되는 천체의 위치는 계속 달라진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구애받지 않고 천체의 위치를 나타낼 수 있을까? 이럴 때 사용해야 하는 것이 적도좌표계이다.

 

적도좌표계는 천구의 북극을 기준점으로 한다. 지구에서의 경도와 위도, 지평좌표계에서의 방위각과 고도와 마찬가지로 적도좌표계에서는 천구의 북극을 중심으로 회전하는(도리도리) 방향을 적경(Right Ascension; R.A.)으로 하고 위아래(끄덕끄덕) 방향을 적위(Declination; Dec.)으로 한다. 적경은 천구의 춘분점 이라는 점을 0도로 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360도까지, 또는 0h부터 24h까지 나타낸다. 지평좌표계에서의 방위각은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므로 차이점을 기억하라. 적위는 천구의 적도를 0도로 하여 위로 올라가는 방향은 +90도까지, 아래로 내려가는 방향은 -90도까지 나타낸다. 적경에 시(h) 라는 단위를 사용한 것에 주목하라. 이전 글에서 도, 각분, 각초의 도분초(DMS) 표기를 배웠다. 이와는 달리 여기서의 1'시간'은 15도에 해당하며 분(m)은 이의 1/60, 초(s)는 또 이의 1/60이다. 도분초 표기법에서의 각분과 각초는 ' " 로 쓰지만 이 표기에서의 분과 초는 m, s로 쓴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왜 이런 표기를 굳이 별도로 쓰는가 하면, 과거 적경을 측정할 때 천구가 흘러가는 '시간'을 측정하던 것에서 유래한 과거의 흔적이다. 

 

적도좌표계를 따라 움직이는 망원경 마운트는 적도의 라고 한다. 적도의 방식은 천구의 북극을 축으로 잡으므로 천구가 움직여도 적경축을 일정한 속도(1시간당 적경 1h)로 똑같이 돌려주면 망원경이 별을 계속 따라가므로 작고 희미한 천체를 계속 관측할 때 훨씬 유리하다. 사진을 촬영할 때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랜 시간 노출해야 하므로 적도의가 적합하다. 만약 경위대로 장노출을 하려면, 컴퓨터로 방위각과 고도의 이동 속도를 계산해 가면서 디로테이터 라는 별도의 모터로 카메라를 회전시켜야 하므로 복잡한 일이 된다. 적도좌표계는 우리가 지상에서 바라보는 위치가 아니라 천구상의 위치를 표현하므로 천구상에서 천체들의 절대 위치를 나타낼 수 있다. 적도의의 축을 천구의 북극과 일치시키고 현재 시각과 날짜에 따라 다이얼을 맞추어 놓으면, 적도좌표계로 표현된 천체를 적경과 적위가 맞도록 적경축과 적위축을 회전시키는 것만으로 대상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적도의를 자세히 보면은 축을 중심으로 둥근 눈금이 새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적도의는 천구의 북극을 중심으로 하여 움직이므로 천구의 북극과 적도의를 정밀하게 맞추지 않으면 별 쓸모가 없다. 적도의의 축이 천구의 북극을 정확히 향하게 하는 것을 극축정렬 이라 한다. 적도의 바닥 부분의 N 표시가 북극을 향하게 하고, 적도의의 레버를 돌려 현 관측지의 위도와 같게끔 축을 상하로 움직여야 한다. 위도를 맞추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으나 정확한 북쪽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보통 망원경에 삼각대에는 작은 나침반이 들어있어 북쪽을 대강 알 수 있게 하지만 나침반이 나타내는 북극(자북)의 방향과 지구의 자전을 기준으로 한 북극(진북)이 몇 도 정도 차이나는 관계로 북극성을 보고 더 정확히 방향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때 망원경을 들어서 좌우로 회전시키지 말고, 적도의 바닥의 N 표시 양옆에 있는 레버를 돌렸다 풀었다 하면서 미세히 조정하라. 하나를 풀면 반대편을 같이 조여야 한다. 

 

그런데 대체 이 적도의가 정확히 북극성 쪽으로 갔는지는 어떻게 확인하는가? 놀랍게도 적도의 안에 작은 망원경이 탑재되어 있다. 5년 동안 이걸 보아왔으면서도 이 안에 망원경이 있는지도 모르는 회원이 대다수일 것이다. (반성하자...) 적도의의 이상한 캡을 빼면 그 안의 축을 따라 극축망원경이 있다. 눈으로 관측할 것이라면 극축망원경 중심에 북극성이 들어올 정도로 맞추면 충분하다. 북극성은 2등성으로 꽤 어둡지만 북극성 주변에는 다른 밝은 별이 없으므로 딱 보면 그것이 북극성이다.

 

장시간 추적해야 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것처럼 오차를 극한으로 줄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보다 더 정확히 극축정렬을 해야 한다. 북극성은 천구의 북극에 있다고 알고 있지만, 북극성의 적위는 +89.1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말은 북극성은 천구의 북극과 0.9도만큼 떨어져서 작게 회전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촬영에서는 이 오차도 문제가 된다. 다행인 점은 우리의 극축망원경에는 이를 감안하여 북극성을 정확한 위치에 넣기 위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북극성의 적경 값은 알려져 있기에 관측지의 시각과 날짜에 따라 북극성이 천구의 북극에서 어떤 방향으로 0.9도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고, 이를 위해 극축망원경의 레티클에는 중심에서 0.9도 떨어진 곳에 표시가 되어 있다. 레티클을 '적절히' 돌려서 원래 북극성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고, 그곳에 북극성이 들어오도록 하면 정밀하게 보정이 된다. 극축망원경의 레티클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넓은 시야를 갖고, 큰곰자리(북두칠성)와 카시오페이아의 별 위치가 그려진 레티클로 이 두 별자리의 별들을 정확한 자리에 맞춤으로 천구의 북극을 찾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선 많이 할 말이 없고 또 우리가 가진 장비는 두 번째 방식을 쓰므로 이쪽을 얘기하자. 두 번째 방식은 좀 더 큰 배율로(8도 정도의 시야를 갖는다) 북극성이 0.9도만큼 떨어져 있어야 하는 방향을 계산하여 레티클을 이에 맞춘 뒤 북극성을 그 자리에 넣는 방식이다. 극축망원경의 앞부분을 보면 여러 눈금이 새겨진 링들이 있을 것이다. 관측 시각, 날짜, 관측지의 경도를 가지고 이 링을 돌려서 레티클이 향해야 하는 '적절한' 각도를 찾는다. 상세한 방법은 제조사와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이러하다. 맨 바깥쪽의 시각 링을 제 위치에 놓고(수평계로 수평을 맞추거나, 위의 눈금에 정중앙이 가도록 한다) 현재의 시각과 현재의 날짜 링을 서로 일치시킨다. 날짜 링은 일 대신에 눈금으로 되어 있으므로 현재의 날짜가 어느 눈금에 해당하는지 잘 보자. 그리고 그 안쪽 링은 우리가 쓰는 시간대의 기준 경도와 관측지의 경도가 다르므로 이를 보정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 쓰는 동경 표준시는 동경 135도 기준인데 서울은 동경 127도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 학생회관은 대략 동경 127.05도이다) 이 차이로 인해 한국은 원래보다 해와 달과 천체가 30분 정도 더 빨리 뜨고 빨리 진다. 서울이 서쪽으로 8도 치우쳐 있으므로 안쪽의 링을 W 8도에 맞춰 돌리면 된다. 여기까지 돌린 뒤 극축망원경 맨 끝의 초점링을 돌려서 초점을 맞추면 북극성과 레티클이 보이.... 지 않는다. 밤하늘은 껌껌하고 레티클도 검은 색이라서 그냥은 안 보인다. 적도의의 한 곳에 암시야 조명장치(일루미네이터)를 끼워서 불을 켜면 레티클이 붉게 빛나므로 볼 수 있다. 암시야 조명장치는 손바닥만한 원통 형태고 한쪽에서 붉은 LED가 나오는, 마운트 박스 구석에 들어있는 그것이다.(이것도 5년을 들고 다니고도 쓸 생각을 못 했다) 레티클을 잘 보면 한 점이 아니라 다시 미세한 눈금이 빽빽히 있다. 이는 지구의 세차운동에 의해 지구의 자전축이 변하고, 천구의 북극이 변하는 것을 시간에 따라 보정하는 것이다. 년도가 써져 있으므로 현재 년도의 눈금에 맞춰 그 안에 북극성을 넣으면 된다. 과거에 만든 적도의도 2025년 정도까지는 눈금이 있으므로 아직은 쓸 수 있다. 

 

보너스. 그러면 호주나 뉴질랜드의 관측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남반구에서는 북극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위해 극축망원경에는 남반구에서 보이는, 천구의 남극 주위에 있는 Octantis(Octans)의 네 별을 맞춰서 극축정렬을 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극축망원경 레티클에서 보이는 이상한 사다리꼴 모양 표시는 이를 위한 것이다.

 

빅센의 극축망원경 매뉴얼을 첨부한다.

http://www.company7.com/library/vixen/VixenNA_SX_PolarScope.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