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망원경의 배율에 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예전에 천문 동아리 회원들을 위해 쓴 것이라 지나치게 어렵고 복잡하게 쓰인 느낌이 있다. 아직 공사중인 블로그인데도 망원경의 배율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고 초보자를 위해 필요한 내용만 쉽게 다시 쓸 필요를 느꼈다.
망원경으로 보면 확실히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크게 보인다. 얼마나 크게 보이는 것일까? 망원경을 직접 다뤄보면서 눈쪽에 대는 렌즈를 갈아끼우면 배율이 변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망원경으로 보는 배율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망원경 자체의(거울 또는 렌즈의) '초점 거리' 라고 하는 것과 아이피스(접안렌즈; 눈에 대고 보는 렌즈)의 초점 거리에 따라서 주어진다. 이번 글에서는 초점 거리를 가지고 배율을 계산하는 것을 다룰 것이다.
초점 거리는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많이 들어봤을 테지만, 그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 숫자가 작으면 넓게 찍히고 크면 클수록 망원렌즈로 줌을 땡긴 것처럼 좁게 찍힌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다. 망원경에 대해 찾아보려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카메라 얘기가 나와서 당황스러울 것이다. 핵심은 망원경 또한 빛을 모아서 상을 맺는다는 점에서 카메라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망원경에서 아이피스를 떼고 카메라를 달아 찍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망원경 또한 카메라 렌즈와 같이 초점 거리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카메라 렌즈를 써서 초점 거리를 설명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photographylife.com/what-is-focal-length-in-photography
What Is Focal Length in Photography?
photographylife.com
실제 렌즈는 많게는 십여 장의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으므로 빛은 렌즈 하나를 지날 때마다 계속 꺾인다. 따라서 위 사진과 같이 딱 깔끔한 직선이 나오지는 않지만, 이해를 위해 저 렌즈 전체가 모여 마치 한 장의 렌즈처럼 기능한다고 생각하자. 렌즈의 초점 거리는 저 렌즈 중앙의 파란색 점(제2주점 이라는 엄밀한 용어가 있다. 나중에 이 단어를 키워드로 더 찾아보는 것을 권장한다.)부터 센서까지의 거리를 의미한다. 센서의 크기는 정해져 있고, 이 파란 점이 센서 쪽으로 가깝게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카메라에 담기는 각도 범위는 넓어질 것이다. 반대로 파란 점이 멀어지면 각도는 좁아질 것이다. 지금은 이 정도만 생각하면 충분하다. 이것이 초점 거리가 갖는 (아주 단순한) 의미이다.
카메라의 렌즈는 위를 보면 85mm 와 같은 식으로 표기되어 있다. 망원경에도 이 초점거리가 표기되어 있는데, 경통 아랫쪽에 작은 금속판이 붙어있는지 확인해 보자. 필자의 동아리에서 오랫동안 써온 망원경에는 금속판에 f = 1200 mm, D = 200 mm 라고 적혀있다. 여기서 f 가 초점 거리를 의미하고 D는 망원경의 직경을 의미한다. 즉, 이 녀석은 초점거리 1200 mm의 망원경인 것이다.
아이피스에도 초점 거리가 존재한다. 큼지막한 숫자로 나와 있으므로 못 찾을 일은 없을 것이다. 20mm 65˚ 라면 이 아이피스는 초점 거리가 20 mm, 시야각이 65도라는 뜻이다. 이제 망원경과 아이피스의 초점 거리를 모두 알았으니 망원경의 배율을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주어진다.
(망원경의 배율) = 망원경의 초점 거리 / 아이피스의 초점 거리
너무 단순한가? 망원경이 f = 1200 mm, 아이피스가 20 mm라면 배율은 60배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장비를 써서 한번 계산해 보라. 여기서 아이피스를 10 mm 짜리로 갈아끼우면 배율은 120배가 되고, 5 mm로 갈아끼우면 240배가 된다. 망원경의 비율은 여러 종류의 아이피스를 써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이런 의미인 것이다.
그러면 아이피스의 초점 거리만 충분히 낮게 만들면, 배율을 계속 계속 높여서 달에 사는 토끼 꼬리까지 볼 수 있을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농담이다). 대부분의 아이피스는 초점 거리가 35~2.5 mm, 여러분이 주로 쓰게 될 것은 20~5 mm 정도가 될 것이다. 그보다 길게 만들면 아이피스의 덩치가 계속 커져야 하고 또 그만큼 덩치가 큰 망원경이 아니면 시야 주변까지 빛을 전달해 주지 못한다. 반대로 아이피스의 초점거리를 너무 짧게 만들면 관측할 때 렌즈와 눈 사이의 간격(아이 릴리프 라고 한다) 이 짧게 되어서 관측하기 불편해진다. 안경을 낀 관측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그렇게 배율을 계속 올린다 하더라도 빛에는 회절 이라는 근본적인 성질이 있어서 일정 한계 이상으로는 선명해질 수가 없다.
한 가지 빼놓은 얘기가 있다. 쌍안경의 배율은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쌍안경은 아이피스가 일체형으로 붙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그 배율은 정해져 있으며 쌍안경에 써져 있다. 한번 자세히 보자. 내가 쓰는 녀석은 12x25 라고 되어 있는데, 12 * 25 = 600 이므로 600배라는 것인가?? 그건 아니고, 앞의 숫자가 배율이고 뒤의 숫자는 쌍안경 렌즈의 직경을 mm로 표시한 것이다. 왜 헷갈리게 x 라는 기호를 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족이지만 12배 이상의 쌍안경은 삼각대 등에 올려놓고 쓰는 것이 현실적이다. 왜냐면 사람이 손이 떨리는데 그 떨림까지 같이 확대가 되기 때문에 12배부터는 보기 힘들 정도로 떨리기 때문이다. 배율이 높다고 선명하거나 성능이 좋은 것이 절대 아니니 특히 저가형 쌍안경을 살 때에는 고배율에 현혹되지 말고 8배율 정도의 적당한 물건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까지 쓴 내용을 통해서, 망원경을 통해 보는 배율은 망원경과 아이피스의 조합에 따라 바꿀 수 있고, 주어진 망원경의 크기와 초점거리를 고려해서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배율의 범위가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 이상의 내용은 예전 포스팅에 있으므로 다소 어려울 수 있겠지만 고민하면서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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