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회에서 지켜야 할 것
관측회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다룬 글이므로, 다들 한 번씩 읽어보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관측회를 준비하는 임원들은 이들 사항을 모두에게 반드시 숙지시켜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이 별을 본다면 그것은 관측이지만, 관측회는 많은 사람이 관측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단체 행동이므로 서로의 관측을 방해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주변에 피해가 가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 자리를 잠시 빌려 머물다 떠나는 사람에 불과하다. 시민이자 경희대학교 학생으로써의 책임을 지킬 수 있도록 하자.
빛 조심
우리가 도시를 떠나 깊은 시골로 들어가는 것은 불필요한 도시의 빛으로부터 벗어나 아주 미약한 별의 빛을 보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관측을 할 때 무심코 내는 빛이 별의 빛을 덮어버리고 주변 사람의 관측을 방해할 수 있음을 늘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
암적응 : 자려고 방의 불을 껐을 때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비친 방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는 눈의 망막에 있는 세포 중 막대세포(간상세포)에서 빛을 감지하는 로돕신 이라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로돕신은 우리가 아주 어두운 곳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해 주지만, 빛을 받으면 분해되며 다시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어두운 곳에서 보기에 충분한 로돕신이 생기기까지 10분 정도 걸린다. 따라서 밝은 곳에 있다가 밖에 나와서 어두운 밤하늘을 잘 볼 수 있게 되기까지 10분 정도 걸린다. 만약 한창 관측을 하다가 누군가가 강한 불빛을 키게 되면 눈부신 것은 둘째치고, 빛에 의해 로돕신이 분해되어버리기 때문에 다시 관측을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10분이 걸리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큰 시간과 에너지 낭비가 된다. 따라서 관측 중에서는 다른 인공 불빛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부의 불빛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망칠 수도 있다. 천체 사진을 찍을 때는 몇 분에서 몇십 분간 카메라의 셔터를 열어 놓고, 아주 약하게 떨어지는 별빛을 센서에 오랫동안 모으고 있어야 한다. 부주의하게 빛을 켜거나 레이저 포인터를 사진 찍는 방향으로 켜는 경우 사진에 인공 불빛이 찍혀나와서 그 사진은 버려야 한다. 긴 시간의 기다림을 헛수고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촬영하는 사람은 다른 관측자와 조금 떨어지도록 하고, 다른 관측자들은 사진 찍는 방향을 인식하고 빛이 그쪽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스마트폰은 미리 밝기를 최소로 하고, 관측하는 곳에서는 시간을 보기 위해서라도 켜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켜야 한다면 그 빛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리 떨어져 가장 낮은 밝기로 켜야 한다.
- 손전등이나 플래시 또한 써서는 안 된다. 천체 관측에 쓸 수 있는 손전등은, 암적응을 가능한 적게 방해하는 붉은 빛만이 흐릿하게 나오는 암등 뿐이다. 무언가를 떨어트렸거나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면 암등을 쓰고 이 또한 바닥을 향해서만 비추자. 만약 손전등을 꼭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알리도록 한다.
- 레이저 포인터는 다른 이들에게 별자리나 천체를 설명하기에 아주 좋은 도구이지만 어둑한 밤에 익숙해진 눈에게 레이저 포인터는 너무 밝다. 아무리 재밌고 신기하더라도 장난으로 키지 않는다. 다른 관측자들에게 레이저 포인터를 써서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면 본격적인 관측이 시작되기 전에 끝내도록 한다. 그리고 사진 찍는 방향으로 향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 차를 타고 관측지에 갈 경우 특히 유명한 관측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미리 와 있을 수 있다. 정해진 모임 시각이 있는 경우 늦지 않도록 하며, 안전을 위해 헤드라이트는 켜야 하지만 상향등은 쓰지 않도록 한다. 가능한 헤드라이트가 관측자와 장비가 모여있는 곳을 비추지 않도록 하며 주차를 한 뒤에는 빠르게 모든 불을 끈다. 실내등 포함.
안전 제일
관측 장비들은 다들 비싼 것이므로 집에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면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있는 관측지를 간다던가 천문인마을 같은 외부 시설을 빌려 쓸 경우에는 장비에 더더욱 조심한다. 실수로 움직이다 옆의 장비를 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또한 레이저는 눈에 닿으면 매우 위험하므로 이 또한 늘 주의해야 한다.
- 레이저 포인터를 쓸 때는 팔을 쭉 뻗어 다른 사람들의 머리 높이 위로 올린다. 실수로 지나가던 사람이 레이저에 맞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의식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지상의 물체는 절대 비추지 말고 하늘을 향해서만 써야 한다. 반짝이는 불빛이 보여도 그쪽에 쏘아서는 안 된다. 운항중인 비행기일 수 있고 비행기의 조종실에 레이저를 쏘는 것은 중대한 범죄이자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장난치듯 흔들어서도 안 된다.
- 이전 글에서 썼지만은 제대로 된 장비 없이 절대 태양을 향하지 말라. 눈을 태우거나 카메라의 셔터를 녹이기에 충분하다. 밤샘 관측에서 자러 갈 경우 망원경을 마지막으로 만지는 사람은 장비를 전부 서쪽이나 북쪽, 벽 쪽을 향하게 두자. 전부 자러 간 사이에 동쪽에서 해가 뜨고, 마침 망원경이 해를 향하게 되면 엄청난 빛이 모여서 내부를 태우거나 깨트릴 수 있다.
- 망원경을 조작할 때는 아이피스나 파인더를 만지지 말라. 파인더를 만지면 정렬이 틀어지고, 아이피스 쪽을 만지면 접안부가 고장날 수 있다. 몸체인 경통을 잡고 조작할 수 있도록 한다. 렌즈나 거울면을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이 사항은 남의 장비를 빌릴 경우에는 더욱 중요하다. 책임을 지는 관측자가 되어야 한다.
- 망원경을 설치할 때 삼각대의 수평, 삼각대 다리의 고정, 삼각대와 마운트의 연결 상태 등이 확실하게 되어 있도록 한다. 특히 적도의 마운트에서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않고 쓰다가 잠금을 푸는 순간 한쪽으로 급격하게 장비가 돌아가 버리면 어딘가에 부딪쳐 망가질 수 있다. 무게중심을 늘 잡고 쓴다.
- 천문대의 관측실은 높은 곳에 있으며 어둡다. 어두운 곳에서 계단과 난간을 잡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 높은 곳의 난간에 기대지 말라. 안그래도 어두운데 그 난간이 몇십년 전에 지어진 것이고 얼마나 녹슬은 것인지 알 수 없다.
-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장비 만질 생각을 하지 말자. 관측회를 갔는데 날이 흐려서 술을 깐다면 그 전에 장비를 전부 박스에 정리해 놓는다. 혹은 마실 사람과 관측할 사람을 구분한다. 애초에 술 먹으면 시야가 흐리고 어두워져서 보이던 별도 안 보이는데, 이상한 음주 객기가 솟아서 별을 보겠다고 나서는건 집에 돈 많으면 하자.
관측지 매너
관측지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열중하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다른 모임에서 온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 지역에 원래 살고 있는 주민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천문인마을에 갈 때는 그 주변이 전부 사람이 자고 있는 집임을 명심하자. 새벽에는 작은 소리도 산에서 울리기 때문에 매우 조용히 해야 한다. 우리는 경희 유치원생이 아니라 대학생이므로 이 정도 매너는 지킬 것으로 기대하지만 매년 시끄럽다. 학교와 동아리의 이름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자.
- 장비를 살짝이라도 옆에서 건드리거나 근처에서 뛰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옥상에서 사람이 뛰는 것만으로 그것 때문에 옥상이 흔들려서 망원경에서 별이 살짝 이동한다. 어두운 곳에서 뛰다가 다른 사람의 장비를 못 보고 치고 가면 엄청 큰 문제가 생긴다.
- 관측지에서 만든 쓰레기는 전부 수거해 간다. 특히 먹고 남은 야식...
- 해당 관측지에서 하지 말라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지시를 어기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쪽에서 출입을 금지해도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잠시 장소를 빌려 머물다 떠나는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 되고,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그들의 호의이다. 호의는 책임감 있게 받아야 한다.
- 전철에서 떠들지 말자. 퇴근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가는 사람이, 열차를 시끄럽게 하면서 과잠을 입은 우리를 보면 우리 학교와 동아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 다른 사람들의 관측회에 참여할 일이 있을 수 있다. 남의 장비를 얻어서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지만 그들이 내어준 호의 덕분에 볼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말라. 허락받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를 만지거나, 조작법을 모르고 잘못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 본 뒤에는 감사를 잊지 말자.
이 글의 많은 내용은 몇 년간 지켜본 실제 내용을 기반으로 쓴 것이다. 나다 싶은 사람들은 반성하면서 정독하자. 다음부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성숙한 자세로 관측회에 임할 수 있기를...